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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뭐하고살지?

여자, 나이 서른 / 저는 아직도 좋아하는 것이 뭔지 찾고 있습니다.

by 꿈뱅e 2020. 7. 12.

교육 바닥에서만 5년. 

뜬금없이 개발이 배우고 싶다고 찾아간 진로 상담 멘토가 나에게 뼈 때리는 한마디 했다. 

 

 

"여자 나이 서른에 (중고) 신입 받아주는데 없다."

 

한 방에 어질어질...

 

맞는 말이었다. 

'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없어' 라는.. 어린 시절 철부지 딸에게 하던 엄마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. 

 

늦었으니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! 하는 마음으로, 100만 원짜리 오프라인 강의는 결제 직전이었고, 온라인 강의는 200개 중 15개를 수강했던 상황이었다. 

 

갑자기 방향을 잃었다. 

 

개발자로 취직하려고 마음 먹었는데, 회사에서 30살의 여자 쌩신입 개발자는 뽑지 않는다니. 

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을 간신히 찾은 느낌이었는데, 이걸로 밥 벌어먹고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.. 목표가 없어진 느낌이었다. 

 

하기 싫어졌다. 

 

 

내 인생에 소리 질러~~~~~

 

 

 

근데 나는 사실, 알고 있었던 것 같다. 

나이 서른에 직무 전환하는 거 굉장히 어렵다고... 

 

주위에는 나이 서른에 갑자기 사서에서 개발자로 변신해서 잘 취직한 사람이 있다. 컴공과이긴 했지만 취직 못하다가 연봉 4000을 받으면서 입사한 쌩신입 개발자도 있다. 직전 회사 개발자는 내가 개발 배우는 걸 지지해주기도 했다. 

하지만, 그 사람들은 다 남자였다. 

 

결혼을 계획하고 있고, 가임기의 여성이면서, 나이가 서른이 되어 개발을 처음 배운 개발자는 없었다. 

하지만, 배워서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. 배우면 다 할 수 있어! 왜 못해! 그 돈을 주고 배우는데! 

 

그런데, "여자 나이 서른에 신입 개발자 힘들다" 라는 얘기 듣고 난 후, 인터넷 강의실 입장도 안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. 

나는 그냥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싶고, 현실은 자각하기 싫었던 것 같다. 

 

 

 

 

그래서, 나는 나이 서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.. 하는 고민을 다시 하고 있다. 어느 프로그램에서 정신과 의사? 가 (점쟁이였나?) 하는 말이 생각난다. 

 

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아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다고. 

 

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. 그런데, 이 망할 자격지심이 다시금 내 자존감에 곰팡이 균을 묻히고 있다. 

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것을 나열해봤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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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 내가 좋아하는 것 ]

 

○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. 그 음식과 함께 하는 적당한 술.

○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격렬한 운동. (요즘엔 크로스핏)

○ 가끔씩 떠오르는 웃긴 생각들과 그 생각을 행동으로 움직이는 나의 병신력. 

나쁜 사람들과는 친하지 않고, 오래도록 함께할 좋은 사람을 보는 눈. 

○ 기분 나쁘거나, 싫은 경험은 금방 잊어버리는 나의 긍정 사고 회로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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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아하는 것을 찾다보니, 싫어하는 것도 자연스레 찾아진다.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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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 내가 싫어하는 것 ]

 

○ '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?' 하는 생각들과 함께 목표 없이 움직이는 기계적인 생활.  

○ 구체적인 목표가 없고, 모호한 미래를 마주하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급한 성격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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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최근 존경하게 된 인물이 있는데, 그분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어릴 적 추억 물건들이 있다고 한다. 그것을 보면,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. 

 

나는 힘들 때 무엇을 꺼내보면 좋을까?

 

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러 갈까? 

운동을 하러 갈까?

뜬금없이 대로변에서 트월킹을 춰볼까?

 

 

옛날에는 멋모르고 아무렇게나 행동했던 것들이 이제는 점점 '그냥' 해보기가 두려운 나이가 되었다. 

근데, 나는 기가 잘 죽지 않는다. 

 

그리고 아직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다. 찾기만 해봐라. '그냥', '막', '미친듯이' 해줄테니.